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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CRAFT: Dominion 감상후기- From BlizzCon 2026 본문
어제 새벽 블리자드의 연간 행사인 블리즈컨이 있었다. 언젠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가서 직접 관람하고 싶지만 아직 실현하지는 못했으니,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그리고 얼바인에 사는 동생의 후기를 참고해서 대체한다 ㅋㅋ
다른 프랜차이즈는 솔직히 게임적으로는 나에게 크게 흥미가 없고, 스토리나 영상미 정도로만 관심이 있으니 이번에는 내가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자 하게 만든 스타크래프트 프랜차이즈에만 집중해보려고 한다.
한국어 영상 제목으로는 [스타크래프트: 자치령]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영상을 모두 보고 난 뒤에는 원제인 [STARCRAFT: Dominion] 쪽이 블리자드가 이 영상에서 전달하고자 한 느낌을 더 강하게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후기의 제목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에는 여러 세력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테란을 대표하는 가장 거대한 정치 세력이 바로 [테란 자치령], 즉 [Terran Dominion]이다. 따라서 제목의 Dominion이 직접적으로는 이 테란 자치령을 가리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Dominion이라는 단어 자체는 단순히 ‘자치령’이라는 고유명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래 영어에서 Dominion은 지배, 통치권, 지배 영역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영상을 모두 보고 나니 나는 오히려 이 일반명사로서의 ‘지배’라는 의미가 이번 시네마틱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뭐 출시되면 명확해지겠지만 이 또한 하나의 해석이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도입부 : 자긍심 부여 그리고 선동(주관 해석)

우선 도입부는 강한 선동적 어투를 통해 입영자에게 강한 자긍심을 주입한다.
여기서 나오는 “저그가 돌아왔고 프로토스가 심판한다.”라는 말은 동시에 자신들이 포위되어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만들어낸다.
“적들은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제군들에게 묻겠다. 안전하다고 느끼나?”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실제 전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행성이 공격받았는지, 어느 전선이 무너졌는지, 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먼저 강조되는 것은 ‘우리는 포위되어 있다.’, 그리고 ‘너와 네 가족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감각이다.
저그에 대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The Swarm have returned.
To destroy our lands and slaughter our families.
“군단이 돌아왔다.
우리의 땅과 가족을 짓밟기 위해.”
그런데 여기서 저그가 침략을 개시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저그가 돌아왔고, 그 목적은 우리의 땅과 가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장군이 일방적으로 선언할 뿐이다.
반면 프로토스에 대한 표현은 조금 다르다.
The so-called Firstborn judge us from the shadows.
Will you beg them for salvation?
“소위 첫 번째 자손은 그림자 속에서 우리를 심판한다.
그들에게 구원을 빌겠는가?”
여기서는 더욱 직접적인 공격에 대한 언급이 없다.
프로토스가 자치령의 영토를 침공했다거나, 민간인을 죽였다거나, 전쟁을 일으켰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자 속에서 우리를 심판하는 존재’라고 규정한 뒤, 그런 그들에게 구원을 빌 것이냐고 묻는다.
여기서 사용된 salvation은 단순한 ‘도움’보다 훨씬 강한 표현이다.
자기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서 더 높은 존재에게 기대하는 구원에 가깝다.
여기에 beg까지 붙으면서, 장군은 프로토스를 단순한 적이 아니라 ‘인류가 무릎 꿇고 구원을 애걸해야 하는 우월한 존재’처럼 묘사한 뒤, 바로 그 관계 자체를 모욕적으로 제시한다.
결국 이 문장은 프로토스의 공격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저들에게 무릎 꿇을 것이냐”는 자존심을 자극하는 선동에 가깝다.
즉 저그에게는 공포를, 프로토스에게는 반감과 자존심을 자극한다.
사실관계를 설명하기보다는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먼저 만든다.
그리고 그 직후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선택지만 남긴다.
What will you do to protect our people?
Will you flee, or will you fight?
“동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도망칠 텐가? 아니면 싸울 텐가?”
당연히 이 자리(정황상 자원입대로 보인다)에서 “자존심 다 버리고 도망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부분은 원문의 our people이다.
한국어 자막에서는 이를 ‘동족’이라고 번역했는데, ‘동족’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테란이라는 종족 전체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원문의 our people은 그보다 ‘우리 사람들’, ‘우리 공동체’에 가까운 표현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자치령의 장군이며, 듣는 사람들 역시 자치령의 입영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경계는 테란 전체라기보다 우선 자치령이라는 공동체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흥미롭게도 이후 연설에서는 이 범위가 ‘수백만의 목숨’,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인류의 생존 그 자체’까지 점점 확대된다.
적을 정의하고, 가족과 ‘우리 사람들’을 그 사이에 집어넣은 뒤 적과 맞서 싸우는 것만이 명예로운 선택인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사실 전형적인 군대 모집 영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반부 : 정예화 훈련과 피칠갑된 전투복 수리의 교차 편집
내가 이 영상에서 정말 흥미롭게 본 부분은 그다음부터다.
이때부터 영상은 신병이 정예병으로 거듭나는 훈련 과정과, 피와 전투의 흔적이 남은 전투복을 정비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교차해 보여준다.
장군은 그 위에서 이들을 자치령이 가진 최고의 병력으로 치켜세운다.
“너희는 자치령이 자랑하는 최정예 요원이다.”
“너희는 유일무이하고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수백만의 목숨이 너희에게 달려 있다.”






한쪽에서는 신병이 반복된 훈련을 통해 점점 정예병의 모습을 갖춰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피칠갑되고 손상된 전투복이 정비되고 수리된다.
그리고 장군의 연설 역시 계속해서 이들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너희는 패배할 수 없고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전사다. 너희는 최정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서로 별개의 과정처럼 보이지만, 영상은 잠시 뒤 두 흐름을 직접 연결한다.
정비공이 전투복의 수리를 마무리하던 화면은 그대로 전투복에 가려지고, 다음 순간 그 전투복 너머로 훈련을 마친 신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전까지 수리되고 있던 전투복과, 조금 전까지 훈련받고 있던 병사가 여기서 처음으로 하나의 장면 안에서 만난다.
그리고 동시에 장군은 말한다.
“그리고 자치령은 너희에게 훈련과 장비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너희의 정신을 불태우고 운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침내 전투복(회수되어 복원됨) 앞에 선 새로운 신병

후반부 : 영광스러운 대의와 전투, 그리고 자치령의 영광
훈련과 장비 지급까지 끝나자 장군이 병사들에게 부여하는 목적은 이제 가장 거대한 범위까지 확대된다.
“너희는 이 구역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최강의 전투 부대가 될 것이다.
너희는 역사에 메아리칠 대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너희는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싸울 것이다!”
앞에서는 ‘우리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했다.
그것은 곧 ‘수백만의 목숨’으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마침내 ‘인류의 생존 그 자체’라는 가장 거대한 명분에 도달한다.
장군의 말만 놓고 본다면 이들은 단순히 자치령을 위해 싸우는 병사들이 아니다.
역사에 남을 대의를 위해, 인류라는 종 전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최강의 전투 부대다.
그리고 이 연설과 함께 자치령은 병력뿐 아니라 거대한 군사 시설까지 통째로 전장에 투입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나는 조금 묘한 인상을 받았다.
병력이 자치령의 도시나 이미 구축된 방어 시설로 이동하는 모습이 아니라,
병영 자체가 어디론가 이동하고 지상에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병영의 외벽에는 의미심장한 낙서 하나가 보인다.
CONQUERED

정확히는 화면이 흐릿해 CONQUERED로 보이는 문구지만, 그대로 읽는다면 ‘정복했다’, 혹은 ‘정복된’이라는 의미다.
그 아래에는 무언가를 누적해서 기록한 듯한 표식들도 줄지어 있다.
물론 이 낙서 하나만으로 자치령이 이번 전쟁을 먼저 시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장면 전체가 주는 인상은 확실히 묘하다.
장군은 바로 직전까지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고 있지만, 화면 속 자치령은 적이 자신들의 방어선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병영 자체를 전장까지 끌고 들어가 그 자리에서 병력을 전개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수세적인 방어라기보다는, 전선을 앞으로 밀기 위한 전진기지 배치에 훨씬 가깝게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인류의 생존(주관적 해석 : 자치령의 지배)’이라는 명분을 가장 거대한 대의로 주입받은 병사들이 마침내 실제 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곧바로 마주한 군단과, 그 사이로 보이는 프로토스 건물로 추정되는 구조물.

그리고 당황한 신병, 고장난 장비


조금 전까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패배하지 않을 최정예’라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뒤 찾아오는 숨막히는 정적 그리고 회수된 전투복 안의 인식표



그리고 한동안 아무런 연설도 들리지 않는다.
영상은 그저 전투가 끝난 뒤 남은 것들을 천천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다 다시 장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너희는 이제 신병에 불과하지 않다.
너희는 이제 평범한 병사가 아니다.”
그와 동시에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이 아니다.
회수된 전투복 안에 남아 있던 인식표다.

그리고 장군은 계속해서 말한다.
“너희는 이제 영웅이 될 것이다.”

앞에서는 이들을 유일무이한 최정예라고 불렀고, 인류의 생존이라는 거대한 대의를 위해 싸우는 전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전투가 끝난 뒤 돌아온 것은 병사가 아니라 인식표와 망가진 전투복이다.

그리고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이것이 단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전투복이 회수되어 쌓여 있다.
그 위로 마지막 선동이 이어진다.
“자... 나아가라!”
“자치령의 영광을 위하여!”
여기서 나는 처음부터 이어져 온 장군의 연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우리 사람들을 지킨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수백만의 목숨이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류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대의의 끝에서 장군이 외치는 것은
“인류의 영광을 위하여”가 아니다.
자치령의 영광을 위하여.
결국 ‘인류의 생존’은 장군이 병사들에게 주입하는 대의다.
그리고 내가 이 영상 전체에서 읽어낸 거대한 대의는 조금 달랐다.
병영 자체를 전진 배치하고, 외벽에는 CONQUERED라는 문구가 남아 있으며, 저그와 프로토스가 존재하는 전장으로 병력을 밀어 넣는다.
병사들에게는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 모든 행동의 마지막은 결국 자치령의 영광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상의 제목인 Dominion을 단순히 국가명인 ‘자치령’으로만 읽기 어려웠다.
Dominion.
자치령이면서 동시에 지배, 통치권, 지배 영역.
장군이 말하는 대의는 인류의 생존이지만,
내가 영상에서 본 대의는 오히려 자치령의 지배에 가까웠다.
물론 이것이 실제 설정상 자치령의 선제 침공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이 시네마틱이 보여주는 자치령의 행동은 내게 침략당해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세력보다는, 자신의 대의를 위해 전선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세력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번 [STARCRAFT: Dominion]이라는 원제가 한국어 제목인 [스타크래프트: 자치령]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면서 영상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실망스러운 마무리

2030은 너무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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